세 줄 요약
1. AI로 만든 가짜 의사·약사 광고, 이제 단속 대상이에요.
2. 손·자막·소속이 어색하면 일단 의심해보세요.
3. 결국 봐야 할 건 영상이 아니라 포장 속 문구예요.
영상 속에서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화면을 보며 "이 성분이 몸에 정말 좋습니다"라고 말하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죠. 그런데 2026년 8월, 식약처가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상의 의사나 약사를 내세워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의 효능을 보증·추천하는 광고에 대해 행정처분 규정을 새로 만든다는 소식이 나왔어요. 실제 의사·약사·교수가 직접 등장해 제품을 보증하는 광고도 함께 규제 대상으로 언급됐고요. 화면 속 '전문가'를 이제는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시대가 된 셈이에요.
왜 '전문가가 말하면' 더 믿게 될까요?
사람은 흰 가운, 청진기, '박사님' 같은 호칭만 봐도 그 사람의 말을 별다른 검증 없이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어요.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권위 편향(권위 있어 보이는 사람이나 상징에 이끌려 판단이 흐려지는 심리)이라고 불러요. 낯선 성분 이름 앞에서 판단이 서지 않을 때, 사람들은 스스로 따져보기보다 '전문가가 그렇다니까'라며 판단을 통째로 넘겨버리기 쉽거든요.
광고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이 심리가 아주 매력적인 지름길이에요. 복잡한 임상 데이터를 하나하나 설명하는 대신, 가운 입은 사람 한 명을 등장시키는 게 훨씬 빠르고 효과적이니까요. 문제는 이 '전문가'가 실존 인물이 아니라 AI로 만들어낸 가상의 얼굴일 수도 있다는 점이에요.
진짜 같은 가짜, AI 영상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요즘 AI 영상·이미지 생성 기술은 실제 사람의 얼굴, 목소리, 말투까지 자연스럽게 합성해낼 수 있는 수준까지 왔어요. 실존하지 않는 얼굴을 통째로 만들어내거나, 실제 의료진의 얼굴과 목소리를 허락 없이 가져다 쓰는 경우도 있어요. 여기에 가운, 진료실처럼 보이는 배경, 그럴듯한 자막까지 더해지면 짧은 영상만으로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죠.
바로 이 점 때문에 식약처가 나선 거예요. 새로 마련되는 규정은 AI로 만들어낸,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음향·이미지·영상을 이용해서 의사·치과의사·한의사·수의사·약사·한약사나 대학교수 같은 전문가가 제품을 보증·추천·지도하는 것처럼 오인하게 만드는 광고를 금지 대상으로 명확히 했어요. 그만큼 AI 합성 기술이 실제로 소비자를 속이는 데 쓰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가짜 전문가 광고, 이런 신호를 보면 의심하세요
몇 가지 신호를 기억해두면 도움이 돼요. 먼저 손가락이 부자연스럽게 움직이거나 입 모양과 목소리가 미묘하게 어긋난다면, AI 생성 영상일 가능성을 의심해볼 만해요. 이름이나 소속 병원·약국이 자막에 짧게 스치듯 나오거나 아예 불명확하게 처리된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의심이 든다면 그 이름을 직접 검색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실존 인물이라면 소속이나 활동 이력이 다른 경로에서도 확인되기 마련인데, 검색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면 신뢰하기 어려워요. 댓글 창이 막혀 있거나 의심스러운 질문에는 답이 달리지 않는 것, 그리고 설명은 짧게 끝내고 곧바로 구매 링크나 상담 신청으로 유도하는 구성도 흔히 나타나는 패턴이에요.
진짜 의사·약사가 나와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을 부분이 있어요. 이번 규정은 AI로 만든 가짜 전문가뿐 아니라, 실제 의사·약사·교수가 직접 등장해 제품의 기능성을 보증하는 광고도 함께 규제 대상으로 다뤄요. 실존 인물이 진짜로 나왔다고 해서 그 제품의 효능이 검증됐다는 뜻은 아니라는 거예요.
전문가 한 사람의 개인적인 의견과, 식약처 심사를 거쳐 공식적으로 인정된 기능성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예요. '어떤 의사가 추천했다'는 말 자체는 법적으로 아무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점을 기억해두면, 화면 속 인물이 진짜든 가짜든 크게 흔들리지 않고 판단할 수 있어요.
결국 봐야 할 건 영상이 아니라 포장이에요
영상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결국 확인해야 할 건 제품 포장 뒷면이에요. 건강기능식품이라면 건강기능식품 마크와 함께 식약처가 실제로 인정한 기능성 문구가 정확한 표현 그대로 적혀 있어야 해요. 이 문구가 없거나, 광고에서 말한 내용과 포장 표시가 서로 다르다면 그 자체로 의심할 이유가 충분해요.
영상 속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려고 애쓰기보다, 손에 들고 있는 제품의 포장을 직접 확인하는 습관이 훨씬 확실한 방법이에요. 광고는 순간적으로 감정을 움직이도록 만들어지지만, 포장에 적힌 문구는 정해진 절차와 심사를 거친 근거라는 점이 다르거든요.
의심스러운 광고를 봤다면
이런 광고를 본 적이 있다면 그냥 넘기지 말고 신고해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식약처에는 부당한 표시·광고를 신고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어서, 의심스러운 광고를 발견했을 때 이를 통해 알릴 수 있어요. 정확한 신고 절차는 식약처나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 게 가장 정확해요.
혼자 판단하기 애매하다면 가족이나 주변 사람에게 먼저 보여주고 의견을 물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에요. 광고 하나에 성급하게 결제 버튼을 누르기보다,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결국 나를 지켜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에요.